[임신38주] D-1 악몽꾸다

엄마데뷔 2014.02.19 19:02

으아.. 내일이 드디어 출산하는 날이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입덧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쉬며 폭풍 토할때, 꺼져가는 횡단보도 파란불을 보며 달리고 싶을때, 남산만한 배 때문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플때.. 그리고 배뭉쳐서 고통스럽게 끙끙거릴때

얼른 낳아버리고 싶다!! 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드뎌 그날이 오긴 왔다 ㅎㅎㅎㅎㅎ


지지난주 이슬보고 응급수술 할줄 알았을 때는 마냥 기뻤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진짜 수술 날짜인데 그렇게 기쁘지가 않다.

수술 후유증도 무섭고.. 모유수유 제대로 될까 걱정도 되고 (마사지실 언니말로는 그리 쉬운 형태(?)는 아니라고..) 기저귀 가는것부터 안는 것부터 아는게 하.나.도. 없는데 쑥 나온 아기를 어떻게 돌보나 싶다..

특히 난 스몰a형이라 미리 다다다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성격인데, 슬슬 밀려오는듯.


그동안 출산만큼은 여유롭게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적당히 생각하고 키워야 내가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듯) 순간순간 '어떻게하지!'가 올라오려고 한다. 


- 좀 울리면 어때..

- 모유수유 잘 안되면 어때..

- 아프면.. 음.. 이건 안되지만 >ㅂ<


막달산모 걱정해 주시는 다른분들께는 괜찮다. 건강하다. 혈색도 좋고 잘잔다. 라고 말씀드리곤 하는데, 실제 그러하다.

몸이 힘든건 잠깐잠깐 씩이다. 근데 그 잠깐이 이전엔 상상도 못할 고통이라 그렇지 ㅎㅎ 


- 갑자기 뱃가죽이 찢어지려고 할때

- 애기머리가 위나 명치를 꾸욱 눌러서 숨막힐때

- 허리 뽀사지려고 할때 


뿐. 대부분의 시간은 허벅지에 배가 걸쳐지는걸 느끼며 잘~ 앉아서 생활하고 있다.

pc도 하고, TV도 보고 밥도 잘해먹고, 설겆이도 하고, 낮잠도 자고..

혹시라도 막달의 공포에 시달리는 분이 있다면, 안심하기 바란다.. 의사도 깜짝깜짝 놀라는 big 배 인 나도 그럭저럭 버틴다.

(뱃살 튼거야 뭐.. 수술도 하는데 이미 망한거 ㅋㅋㅋ)


체중은 56 → 64.5 총 8.5k 늘었고.. 아기는 3.5k.. 양수무게 고려하면 난 4~5k 밖에 안쪘단 소리인데..  붓는게 없어서 그런지 뒤뚱거림도 없고 천천히 잘 걷는다. 다만, 제왕절개하면 부종이 엄청나다고 해서 그게 걱정..

그래도 무의식속의 불안은 어쩔 수 없나보다.

오늘 상쾌하게 일어나게 될 줄 알았는데, 인생 BEST3 안에 드는 악몽을 꾸고 말았다 ㅠㅠ



.지옥가는 꿈.


하하하하하하 말로하면 웃긴데 당시는 어찌나 심각했는지 깨고 나서도 한참을 숨을 헐떡였다. (무서워서) 

'꿈이라 다행이다~' 보다 욕부터 나오더라.. '뭔 이딴꿈을 ㅡ.,ㅡ'

그리고 '지옥가면 정말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ㅋㅋㅋ


= 꿈내용 =

지하 토굴속에 여러사람이 비루한 옷차림으로 수감되어 있는데 (로마시대인듯?)

악마 하나가 오더니 나를 끄집어내서 콜로세움 같은데 세우는거다..

그리고 콜로세움 만한 거대악마가(꼬리 달리고 머리 양쪽에 뿔나고 근육질임) 나에게 대빵 큰 바위덩이를 굴리는거다!! (보..볼링?) 옆에 바위를 조달해주는 보조악마도 있다. 꿈이 참 디테일하다.


엄청난 공포속에 첫번째 거는 어떻게 피했는데.. 두번째 거가 굴러오는데 갑자기 눈앞이 뿌연거다!! 

뭐지?뭐지? 오마이갓~ 안경알이 하나 깨졌어 ㅠㅠ 

그래 한쪽 눈으로라도 보자!! 하며 안경을 다시 써보는데 이번엔 안경다리가 꺾어졌다 ㅠㅠ

안돼~애~~~


하는 순간! 어느새 내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내 팔이랑 다리가 내 눈앞에 있다.. 바위에 오징어포가 됐나보다.. 거기까지도 무서운데 악마녀석들이 와서 막 내몸을 밟는다.

나 이미 죽었다고! 그만하라고! 엉엉 ㅜㅠ

 

= The End =


무지 짧고 강렬ㅋㅋ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들은 것 같은데.. 꿈속에서의 죽음은 그 상황에서 벗어난다. 졸업한다. 를 뜻한다며..

괴로웠던 순간이 끝나고 행복시작~ 이라는 의미?라고 내맘대로 적용을 해본다.


아놔 이제 20시간도 안남았네.. 

안그래도 오늘 연느 경기때문에 긴장되는데 출산도 있고.. 그냥 조바심 난다..

아픈거야 어찌됐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 내몸이 일찍 가벼워 지니 오히려 해피한 건데 

뭔가 준비가 덜된것 같고, 허둥허둥 하게될 것 같고.. 그런것 때문에 불안하다.


훠이~ 부정적인 생각이여 저리가랏!


두려움 말고 다른 감정은??

음.. 자세히 적어두면 나중에 볼 때 재밌을 것 같아서 계속 주저리 쓰게되는데.. 가장 큰건 어색함이다.


두식구에서 세식구 되는것이 굉장히 어색하다..

내 뱃속에서 사람이 하나 나오다니.. ㅡ0ㅡ


양가 부모님의 관심도 어색하다.

특히 우리집은 좀.. 시크해서.. 애정표현도 별로 없는데, 손주보신다고 당일날 가족 총출동 하는게 응? 싶다. 

부모님은 나와 형제들만 사랑해주고 지켜봐주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 관심에 다른사람이 추가된다는 게 이상하다.

심하게 말하면, '내자식인데 왜 다른분들도 예뻐하지?' 느낌

나 벌써부터 자식에게 집착하나?


낳고나면 이해되겠지~ 그리고 손주를 안겨드리는 것도 효도라고 하니, 부모님들께 기쁨드리는 것도 큰 보람이 아닌가..

몇년을 기다려왔던 아이라 더 그러신 것 같다.


지금도 흐르는 시간이 아깝다.. 근데 뭘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ㅋㅋㅋ

애기얼굴 되게 궁금했는데, 그건 슬슬 사라지고..

빨리 낳고(빼고?)싶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미묘하다.

이러다가도 뱃속이 좁은지 애기가 몸을 쭈욱~ 피면서 배가 찢어져라 뭉치는걸 보면.. '이거 안되겠다 빨리 해방시켜 줘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아 모르겠다. 진통 기다릴것도 아니고 이젠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는 거니까

난 그냥 견디면 된다 -_-

입덧도 뭐 알고 선택해서 겪었나.. 그냥 견딘거지..

다~ 그런거지..


다음주 부터는 육아일기를 쓸 듯 ㅋ 

우울함에 땅속을 몇키로는 파고 있을지도.. 나랑. 애기랑. 남편이랑. 모든 가족들.. 화이팅이다!